전원주택 건축비 2배로 뛰어…인플레에 산산조각 난 '귀촌의 꿈'

입력 2022-07-17 17:16   수정 2022-07-25 16:41


“평(3.3㎡)당 300만원대였던 목조주택 건축비가 2년 새 600만원으로 늘었습니다.”

2020년 경기 양평에 전용면적 46㎡(14평) 목조주택을 3.3㎡당 380만원에 지은 김모씨(56). 그는 자기를 따라 귀촌 준비에 나선 친구를 돕다가 깜짝 놀랐다. 1~2년 전과 비교했을 때 공사비를 두 배 넘게 잡아야 하는 현실과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김씨의 경험에 근거해 1억원대 건축비를 마련한 친구는 비용이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이자 “인플레이션이 진정된 뒤 집을 짓겠다”며 건축 준비를 중단했다.
꿈 포기하는 예비 귀촌인들
인플레이션은 ‘시골에 살고 싶다’는 도시민들의 꿈도 앗아가고 있다. 주택을 짓는 데 사용하는 목재, 철근, 콘크리트, 합판 등의 가격이 급격하게 올라 첫 단추를 끼우는 것부터 꼬인 예비 귀촌인이 상당수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에서 귀촌 인구가 많았던 화성, 남양주, 평택, 광주, 김포 다섯 곳의 올해 1분기 전입인구를 집계한 결과 총 10만8413명으로 전년 동기(13만9871명)에 비해 22.7% 줄어들었다. 화성시 전입인구가 작년 1분기 3만9774명에서 3만3241명으로 16.4% 줄어든 것을 비롯해 남양주(-33.0%), 평택(-17.4%) 등도 감소 폭이 컸다.

경기도 관계자는 “귀촌 수요가 많은 도내 주요 지역은 주변 신도시에서 병원 등 도시 인프라도 함께 누릴 수 있어 예비 귀촌인들이 1순위로 고려하는 곳들”이라며 “전입인구 감소는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동탄, 다산 등 신도시로의 전입이 감소한 측면도 있지만, 인플레로 인해 예비 귀촌인들이 꿈을 접은 요인도 크다”고 설명했다.

건축에 들어가기 전 손을 떼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한창 집을 짓는 와중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 진퇴양난에 빠진 사람도 많다. 정모씨(56)는 1주일에 닷새는 도시, 이틀은 시골에서 생활하는 것을 뜻하는 ‘오도이촌’ 생활을 꿈꾸며 인천 강화도에 세컨드하우스를 짓고 있다.

하지만 작년 초 건축허가를 받고 착공 신고까지 했는데 건축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지금은 거의 포기 상태라고 했다. 정씨는 “가격이 저렴한 조립식 패널 주택마저 3.3㎡당 건축비가 500만원이 넘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비용 얼마나 늘었길래
통상 단독주택을 짓는 데엔 철근, 시멘트, 내수 합판 등 300가지가 넘는 자재가 사용된다. 대다수 자재는 수입에 의존하는데,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수입이 줄고 환율이 급등해 가격 상승세가 멈추지 않는 추세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철근 가격은 2020년 t당 68만원에서 지난달 117만원으로 72% 올랐다. 시멘트 가격은 같은 기간 t당 8만2500원에서 10만7800원으로 30.6%, 내수 합판은 장당 1만600원에서 2만2000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한 건축사무소 대표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목재 가격은 3~4배, 철 자재는 70~80%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방에서 벌이는 사업은 현장 인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 서울에서 찾는 실정”이라며 “그에 따라 인건비도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건축업계에선 단독주택 한 채를 지을 때 들어가는 3.3㎡당 건축비가 1년 전과 비교해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
“귀촌, 더 철저히 준비해야”
기존 매물 중에서 살 집을 고르는 것도 만만치 않다. 문재인 정부 기간에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가 급등하면서 2~3년 전 양평 등 전원주택 밀집지에서 매물이 쏟아져나왔다. 지금은 신축 비용이 급증하면서 하락세가 멈추고, 되레 상승 전환한 곳도 있다. 양평군 M공인 대표는 “자재값이 오르면서 양평의 기존 단독주택 가격도 많이 반등했다”며 “요즘은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가격이 내리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재호 저스트인하우스 대표는 “준비 없이 전원생활용 주택 건설에 나섰다가 건축비가 마련한 예산을 훌쩍 뛰어넘어 난감한 처지에 빠지는 사례가 비(非)인플레 시기에도 너무 많은데, 하물며 지금 같은 때는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그는 “몇 년간 농촌 생활을 경험해 보는 등 철저한 사전 준비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정철/이미경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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